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중에 하나는 인식이라 생각됩니다. 한 번 머리에 새겨진 인식은 쉽게 벗어날 수 없습니다. 사실 CF 역시 잦은 반복으로 강제적인 인식을 시키는 주문과 같은 것이고 영화나 드라마 사이 중간 중간 살짝 스쳐 지나가는 제품 노출을 통해서도 자신도 모르게 그 제품을 찾게되는 것처럼 인식은 빠르게 적응되어도 버리긴 무척 힘듭니다.
PC 게임시장 몰락의 원인이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으로 쉽게 게임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 꼽히는데 그 외 또 하나의 원인은 바로 게임잡지의 부록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정확하게 그 시기를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한 잡지사(PC 챔프였었나요??? 하도 오래되어서 -_-a)에서 번들이라는 명목하에 정품 게임을 부록으로 주게되면서 관련 경쟁사들은 매 달 한 개 이상의 정품게임을 주기 시작해도 이런 저런 이벤트를 한다면서 두 개, 세 개.. 그리고 심지어 정품출시와 동시에 제공하는 말도 안되는 상황까지 벌이는 악행(?)을 벌이고 말았습니다. 결국 정품 게임은 잠시만 기달리면 잡지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것이 되어버리고 말았죠. 돈 아깝게 정품을 살 이유가 없어졌고 사는 사람은 돈 많은 부자나 하는 짓(;;)이 되어버렸습니다.
한 때 잡지사 스스로 각성하는 듯하며 부록 제공을 하지 말자고 하여 잠시 제공되지 않았던 적이 있죠. 하지만 이미 그렇게 길들여진(흠.. 단어 선정에 문제가 있을까요? ^^a) 독자들의 불만은 가득하고 결국 또 다시 한 잡지사가 그 약속을 어기게 되고 이어 다른 잡지사도 다시 제공하게 되어버렸죠.
이런 악행의 결말은 PC게임 시장의 위축과 함께 게임잡지에게도 비수를 날리게됩니다. 잡지 본래의 목적은 기사의 전달일텐데 그 수준이 급격히 낮아지게 되는거죠. 부록만 좋은 걸로 제공하게 되면 오히려 잡지가 딸려가는 부록이 되어버리게 되니 주객이 바뀌게 됩니다. 때문에 정품 부록을 더 나은걸로 제공하기 위해 경쟁을 할 망정 정작 신경써야 하는 기사에는 소홀하고 이는 결국 잡지사의 쇠망의 길로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하게 됩니다.
잡지사의 부록 경쟁과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으로 급격히 위축되던 PC게임 시장은 온라인 게임시장의 성장과 함께 몰락하게 되고 국내에서는 변변한 발매 소식조차 들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 후 부록제공을 할 수 없었던 게임잡지사는 독자들의 외면을 받게됩니다. 부록이 없는 잡지는 기사도 제대로 된 게 없고 공략도 미비하고 읽을거리가 없는 잡지에 불과했습니다. 물론 인터넷의 보급으로 잡지보다 인터넷의 광범위한 정보가 더 유용해진 결과일수도 있습니다. ^^; 어쨋든 잡지사 스스로 부록을 제공하면서 자신의 무덤을 조금씩 파고 있었던 셈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에게 정품게임은 제 돈 내고 사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는겁니다. 그러한 인식이 퍼진 상태에서 이미 위축된 시장내 제대로 된 게임도 찾기 어려워지게 되고 초고속 인터넷의 때 맞춘(?) 보급은 또 다른 어둠의 루트를 찾아낼 수 있었던 계기가 되게 됩니다.
만약 게임잡지사가 정품게임보다 정품게임 구매 할인권을 제공해주었다면 어떠한 결과가 나왔을가요? 정품부록 제공으로 해당 제작사에 로얄티를 제공했을텐데 차라리 그 액수만큼 할인권을 제공해 정품 구매를 장려하고 판매가 끝난 이전 버전의 게임만을 제공함으로 PC게임 시장과 윈-윈 협력을 했었다면 지금과 같은 PC게임의 몰락의 길은 막을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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